병원에 적응을 못하는 할머니가 가여워 동생과 단둘이 합의하여 퇴원을 한 이후, 엄마나 아빠의 태도는 이후의 일은  모른다는 식이다. 할머니와 할머니의 병에 대해서 무조건 겁부터 집어먹는 사람들이니 길게 얘기해서 득 될 것도 없다. 동생 집에서 열흘, 그리고 집으로 모셔와 닷새째다. 하루가 한달마냥 길어 달력을 확인한 후 겨우 닷새라서 놀랍다.

 

할머니의 상태는 생각 외로 양호한 편이다. 동생 집에서도 병원에서의 상태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살던 곳이라서 그런지 성격적으로 부딪쳐 싸우는 것 말고는 훨씬 좋아졌다. 일단 이상 행동이나 말이 줄었고 기억력이나 정신도 맑다. 아침과 저녁으로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있으니 그 효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초기 때를 떠올리면 눈물겨운 발전이다.

 

담당의사의 소견대로 퇴원을 미루고 계속 치료(?)라는 것을 받았다면 어찌됐을까. 할머니는 6인실의 1인 간병인 제도의 입원을 못 견뎌하셨다. 그래서 한 달 동안의 입원기간 동안 동생과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을 들락거리며 면회시간 이후 집으로 돌아오며 할머니의 가지 말라는 간청을 외면하는 쓰라림에 과연 이런 식의 치료가 최선인가를 끊임없이 반문했고 의사와 면담을 했다.

 

할머니는 노인성 치매 초기다. 우린 극단적인 치료방법이 아닌 적절한 약물치료와 가족의 간병을 원했는데, 담당의는 병원에 대하여 내보이는 할머니의 적의자체도 치매의 증상으로 포함시켜 심한 경우 손발을 묶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이 절대적이라 할지라도 할머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가족이다.

가족과 떨어져 받는 치료는 할머니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리의 의견은 거의 묵살되었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같은 병실의 환자들과의 동거 및 그들의 이상행동과 말도 싫어하셨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란 할머니의 뇌가 병들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미 복구가 불가능하게 손상되었다. 할머니의 어린애 같은 짜증, 푸념, 투정을 받아줄 수 있는 상대는 가족뿐이고, 그것을 약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의지 상실뿐이며, 병실에서 겪어 본 다른 노인 분들을 봤을 때,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불편하고 상시 기저귀를 착용하고, 식사도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할머니는 상당한 고령의 환자임에도 요의를 느낄 때마다 화장실에 가겠다고 침상에서 기어내려 오셨는데, 환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간병인은 기저귀 착용을 의무화했다. 만일 병원생활이 오래 지속된다면 할머니는 침상에서 꼼짝도 못하고 대소변을 기저귀로 처리하는 중증의 환자가 되고 말 것은 자명했다. 

 

할머니의 옆 침상에 계셨던 분은 간병인이 성의 없이 하의를 벗기는 것을 의사표현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거부하셨다. 주변에 다른 가족이 있거나 말거나 간병인은 거침없이 할머니들의 하체를 발가벗기고 기저귀만을 찬 채로 방치하기 일쑤였다. 필사적으로 윗도리를 끌어내시며 아래를 가리려 애쓰는 그 분을 봤을 때 암담했다. 병원의 방침, 간병인의 부족 등을 고려한다 해도 수치심을 느끼는 동안의 인격에 대한 모독이며 학대로 보여 졌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가족들의 무관심과 방치가 부른 결과지만, 요구사항이 없는 환자를 선호한다는 어느 간병인의 솔직한 생각에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물 덜 마시는 환자 그래서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지 않아도 되는 환자를 좋아하는 게 그곳의 현실이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면서 안심할 만한 처우를 기대하지 못하는 건 불행이다. 재미있는 건 이 지역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시설을 자랑한다는 병원 측의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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