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싸워야 할 때가 있다. 싸워보지도 않고 패배를 시인할 수는 없으니까. 물론 도발을 해 오는 상대가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머리속은 온통 상대에게 치명적인 어떤 단어나 문장을 찾아서 분주하다. 한마디라도 지기 싫어하고 부당한 말에 반격을 해야 하고 두 눈은 똑바로 적을 응시하면서.....

그러한 나를 구경꾼의 눈으로 관찰한다고 치자. 아, 무섭고 슬퍼라. 평소의 무던함, 소박함, 신중함과 냉철함은 다 어디로 도망가고 저렇게 무시무시한 여자가 누구냐고 지나가는 이에게 묻고싶다.

그 놈의 욕심이란 것은, 자존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란 것은 사람을 참 불쌍하게 만든다. 그래, 당신이 이겼소이다라고 한마디 하기가 어째서 그리 힘든지 모르겠다. 독오른 뱀처럼 머리를 빳빳이 들고 거칠은 욕설은 삼간다고 하면서 비위를 거슬리는 비겁한 웃음을 머금은 모습이란 참으로 징그럽다.

오늘,  승리하였다고 우쭐댔던 싸움에서 만신창이가 된 정신은 우울증에 걸려 비틀거린다. 다시는 득없는 말싸움 따위는 하지않겠다 다짐하면서 이마를 찧어댄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겸허히 고백한다.

타인에게 준 상처는 결국 내게 돌아온다. 내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간 흉칙한 괴물들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그들이 망각의 강을 건널 때가 되면 난 기진맥진하여 앓아눕는다.

슬프고 지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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