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의사의 견해는 단호하다. 할머니의 상태는 치매와 함께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으며 약물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적적한 치료, 본격적인 치료라는 약물이 문제인데, 환자의 상태가 가족들이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안 좋을 거라는 얘기다. 물론 의사는 최악의 상황을 설명한다. 결코 낙관하거나 희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다. 자신의 부모가 똑같은 상황에 처해도 마찬가지의 치료를 할 거라고. 기타 연민이나 미련은 싹둑 자르고 단호히 병의 심각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할머니는 병원을 싫어한다. 아니 멀쩡한 인간이라면 그런 곳, 사방이 인지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유령처럼 부유하는 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을 견딜 수가 없음이 당연하다.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할머니에게 치료가 끝나면 집으로 가자는 설명이 납득될 리가 만무하다. 식사 거부, 가족 이외의 의사 간호사 간병인을 향한 폭언과 반항을 멈추지 않는 할머니를 계속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게 과연 옳은가. 진행의 완화를 목표로 눈 딱 감고 참아야 할까. 종일 전화하고 반문하고 회의하지만 답이 없다. 조기 치료는 필수라고 한다. 문제는 치료기관의 부족이다. 현재 입원한 곳은 거리적으로 너무 멀고 전문 간병인이 다수의 노인들을 감시 돌보는 곳이다. 할머니만의 특수성, 할머니의 인격과 정서를 존중하는 치료 혹은 돌봄을 요구하는 것은 가족의 문제다. 그 곳에 있는 이상은 거기만의 방식과 처치를 따르라는 것이다. 조목조목 따져드는 의사의 설명과 대응에는 바늘 구멍만한 틈도 없다. 설령 있다 해도 사소한 불평불만으로 치부된다. 이 지역에서의 최고의 시설이라고 자부한다는 다른 곳을 알아보아도 이 이상의 대우는 받기 어렵고 일반병원에서는 애초에 받아주지도 않을 거라는 단호하고도 단호한 태도와 말투에 그저 할말을 잃을 뿐이다.


집으로 모셔서 약물치료와 함께 간병을 하고 싶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열이면 열 다 코웃음이다.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무모하고 어리석은 건가. 최악의 상황만을 말하는 사람들 말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의 조언이 간절하건만 어딜 찾아보아도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