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의 다른 날 아침은 챙 하는 반짝임이 유리 너머에서 거드름을 피웠었다. 그런데, 안개가 비처럼 흩뿌리던 오늘은 불행히도 어둑한 새벽이 끄덕끄덕 졸고 앉아있질 않던가. 뒹굴뒹굴 일어나기 싫다, 일어나기 싫다. 온갖 원망 퍼부으며 머리 감고 세수하고 양치하고 터덜터덜 안개 속을 걸었다. 이상하고 이상한 날, 깊고 느린 안개의 숲에 도시가 잠겼다. 느린 것이 나 뿐만은 아닌 듯, 모두 다 놀라서 몽롱한 상태인 듯, 꿈을 꾸는 듯 사람들이 오간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온종일 기분이 좋았던 내 생애 가장 멋진 안개비가 내리던 날.
나는 유난히 날씨에 따라 변덕이 심한 편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성질을 부린다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관대해지고 유약해지고 착해진다고 할까. 목소리 톤까지 달라지는데 스스로 말을 하다가 몇번을 놀랐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니,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