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일요일 아침이 좋다. 덥고 잔 이불, 내다가 빨랫줄에 널어놓고 탁탁 털면서 하얀 먼지들이 폴폴 날아가는 거 바라보는 것도, 손끝은 시려 비벼대면서도 활짝 열어둔 현관문, 조금 만 더 하면서 닫기를 미루는 것도, 마른 걸레에 물을 적셔 냉기가 뚝뚝 흐르는 마루를 닦는 것도,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할 때마다 쓰레기통으로 달려가는 것도, 다, 일요일이어서 가능한 일들이다.
FM 98.5의 볼륨은 물론 최대다. 공복의 위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허기에도 서두름은 없다. 일요일엔 아침 걸러 점심이 딱, 이니까. 아, 오늘, 무얼 해야 잘했노라 칭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