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닥터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허형은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케이 스카페타를 읽다. 공포 영화 절대로 안보는 사람이 공포 소설을 즐기는 것은 아이러니다. 고로 나는 눈에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걸까.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 보이지 않는 것, 알지 못하는 것에는 무감각하다. 그것이 설령 허구의 이미지일지라도 일단 눈에 들어와 박히면 공포감은 배가 되어 버린다. 이상한 조화속이다.


두 번째로 읽는 스카페타 시리즈 ‘죽음의 닥터’도 역시나 흥미진진, 잠을 잊게 만든다. 왜 이렇게 재밌고 왜 이렇게 빨리 읽히는 거야, 투덜투덜 불평 아닌 불평을 하면서 읽어치우고 나니 다른 시리즈가 읽고 싶다. 늘 이게 문제다. 읽고는 싶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 사는 족족 쉽게 읽히지만 소장하고픈 욕망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이것이 좋아하면서도 그다지 많이 읽지 않는 변이라면 변이다.


케이 스카페타의 매력이 누군가는 욱, 하는 성질에 있다고 했는데, 사실이다. 그녀는 그녀의 직업이 갖는 냉혹하고 무감각하고 무자비한 이미지와는 달리 엄청 감정적인 인물이다. 주변의 누구에게나 쉽게 감정이입을 하고 울고, 화내고, 번민, 초조해 한다. 참혹한 모양새로 부검실로 실려 온 희생자 개개인의 처지를 동정하고 연민하며 그들의 죽음에 깃든 비밀과 복수를 다짐한다. 그래서 그녀의 직업 속에 녹아든 사생활은 늘 혼란으로 걷잡을 수가 없다.


그녀에게 사랑은 일과 별개의 것이 될 수가 없어 벽에 부딪친다. 병든 엄마와 누이동생과의 불화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아낌없이 그녀 자신을 던져 지켜주고자 하는 존재 ‘루시’도 그녀의 일과 너무 가깝게 있어 그녀에게는 크나큰 고통의 원천이다. 때때로 그녀의 징징거림에 짜증이 나서 주인공이 뭐 이러냐고 웅얼거리다가도 이내 그것 때문에 그녀를 좋아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무엇이든 다 가졌고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서 모든 이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어야 하지만 케이 스카페타가 홀로 치루는 의식과도 같은 고통과 사색을 통해 독자인 나는 감동한다. 소설 속의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잊을 수 없는 케이 스카페타를 만난 것, 그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6-01-0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고 싶어서 보관함에 넣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리뷰.^^

겨울 2006-01-0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다닥 쓴 거라, 약간의 오버가 없지 않은데요?
이거 전에 읽은 '카인의 아들'이 좀 더 재밌었어요.
시리즈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야 제맛인데, 어쩌다보니 거꾸로 읽어나가게 생겼어요. 이 다음엔 '사형수의 지문'을 읽을 계획입니다.

kleinsusun 2006-01-0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카페타, 정말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한번도 안 읽어봤는데....
보관함에 넣었어요.^^

겨울 2006-01-09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 스카페타, 멋진 여성입니다. 그리고 현대 미스테리 소설계에서 독보적인 여주인공이라는 사실. 제가 좀 여성을 편애하는 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