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나쁘면서 불쌍하기까지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12쪽)


읽는 순간 어쩌면, 하면서 무릎을 쳤던 문장이다. 내게도 저런 사람이 있었다. 수년간 그 사람을 미워하고 한없이 증오했건만 늘 연민이 미움에 앞서서 너무 불쌍해서 내치지 못하고 끊어내지 못했던 인연 말이다.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고마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나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16쪽)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라. 부럽고도 부러운 유산이다. 스스로를 연민하며 허송세월을 보낸 사람은 안다, 그것의 무해함 무가치를. 어느 정도의 친분이 쌓이면 사람들은 쉽게 속내를 드러낸다. 친절을 가장한 동정을 가장한 확인. 쥐뿔도 모르면서 이랬겠다 저랬겠다, 안쓰러움을 가득 담은 시선으로. 대개의 경우 나는 보이지 않는 코웃음을 친다. 댁이나 잘하세요, 라고. 관심과 위로라는 이름으로 서툴게 드러내는 관계에서의 저런 실수들을 나도 물론 저질렀다. 타인을 가볍게 쉽게 판단하고 알려하지 않기. 오늘의 다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