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농사꾼이다. 당연히 쌀농사는 기본이고 해마다 매상을 하고 약간의 몫 돈을 거머쥐셨다. 엄마는 실험정신이 대단하셔서 땅에 심어 먹을 수 있는 건 뭐든 씨앗을 구해 심었고 한두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적인 수확을 했다. 예를 들자면 양파와 생강, 땅콩 등의 작물이다. 마늘 고추 등의 기본적인 농사는 의당 하는 것이라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하셨다. 온갖 종류의 콩들을 자투리땅에 심어 키우는 건 예사고 여름철이면 심을 수 있는 채소란 채소는 다 길러 자랑하셨다. 


문제는 그게 경제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상품성이 있는 작물을 수확 후에 시장에 내다 판다는 그런 개념의 농사와는 거리가 먼 어디까지나 자식들과 나누어먹을 만큼인 것이다. 당연히 생활은 피폐하다. 당장 먹을 것만을 길러 먹는 식의 농사로 적당한 소비 욕구를 충족하며 살기란 요원하다. 거기다 요즘엔 텔레비전 홈쇼핑의 폐해도 만만치가 않아서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은 왜 그리 많은지. 또, 집집마다 차 한대는 기본이니 유가급등으로 초비상이 걸린 요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언제부턴가 시골에서도 자동차가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가 불편해졌다. 대중교통이 원활하질 않으니 무조건적으로 자동차에 의존하게 되었고 차가 없이는 읍내도 시장도 못가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겨울이 되니 난방비가 장난이 아닌 건 시골이나 도시나 매한가지, 아니, 시골이 더 다급하다. 어떤 동네는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꾼다고도 하고, 고심하던 부모님은 최근에 화목보일러로 교체를 하셨다. 말 그대로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하는 것인데, 생각보다 효율성이 높다. 하루 한번이나 두 번 정도 불을 때면 밤새도록 혹은 종일 따끈따끈한 온돌방의 묘미를 만끽할 수가 있다. 문제는 설치비가 기름보일러의 딱 두 배라는 것이지만 기름값을 생각하면 그 정도쯤이야, 다.


쌀 협상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곧 수입쌀이 우리 가정의 식탁에 오를 거라는 아나운서들의 멘트가 실감이 나질 않는다. 농민들의 아우성과 절규를 들으면서도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이 멍해 있었다. 시골의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뼛골 빠져라 농사짓는 일보다 손쉬운 먹고 살 대책이 있다면 언제라도 농사일을 놓을 것은 자명하다. 누구라 해서 그분들에게 땅을 지키고 우리 쌀을 지키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우리 땅,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조금씩 절실히 체득하고 있는 내가 그 땅으로 돌아갈 것인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 2005-11-2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무기력. 하지만 쌀 개방 되어도 끄떡없다는 거 보여줬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