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각은 하지 않으련다.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삶 혹은 상황에 놓여진 나를 냉정히 바라보고싶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름기 빠진 메마른 피부와 총기 잃은 눈빛, 야윈 볼과 다크서클의 선명함이다. 생에 대한 달뜬 기대보다는 체념과 달관에 익숙하고 절대로 서둘러 걷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을 잡아보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이 듦과 신년은 모순이다. 그 아이러니가 심술궂은 장난끼를 발동시킨다. 오너라, 살겠다. 어디 끝가지 살아보겠다. 도망치지 않겠다. 오만하고 도도하게 낡아빠진 스커트를 부여잡고 앞을 응시하겠다.

어쨌든 자학은 싫다. 차라리 도취가 낫지. 생에 대한 집착이 필요한 때인가. 점점 무뎌지고 한편으론 독해진다. 역시 고집인가. 아니면 빌어먹을 자존심.

요즘 읽고 있는 프리다 칼로가 떠오른다. 온 몸이 부서져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살다가 살다가 죽어버린 여인이 가슴을 세차게 친다. 그녀의 혼이 고스란히 녹아내린 그림들, 참혹하고 슬픈 무표정의 자화상이 뇌리를 후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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