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주도엘 다녀오신 부모님께서 오징어를 사오셨다고 나눠 먹을 겸해서 다녀가셨다. 아무도 없는 집에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 먹거리를 살짝 놓아두고 가셨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따리를 풀어놓고 바라보자니 마음이 그렇다. ‘쑥버무리’와 봄동(하루나)에서는 풋풋한 봄 냄새가 폴폴 났다. 주는 이의 마음에 비하면 받는 이의 마음은 허접임을 알고 있다. 무심코 쓰는 말 중에 그거 안 먹어도 사는데........ 라는 말이 있다. 시골에서 나는 이런저런 곡식과 채소를 가져다 먹으라는 말씀에 귀찮음과 시간 없음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룰 때의 일이다. 그러나 무성히 큰 열무나 상추, 파를 보면서 자식들 생각에 잠기는 부모의 마음은 다를 것이다. 덜 먹거나 못 먹지 않음을 알면서도 자식 입에 넣어주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즐거움의 미덕은 부모가 아닌 자식은 죽어도 모를 일이다. 다만 짐작하고 추측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되짚어 볼 따름. 내일은 정말 맛있게 잘 먹었노라고 거듭 인사를 드려야겠다. 배불리 잘 먹어서가 아닌 정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