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사와 악마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쉽고 빠르게 읽히는 소설을 좋아한다. 반면 무겁고 최대한 느리게 읽어야 제 맛이 나는 소설도 나쁘지 않다. 전자로는 추리, 판타지 등의 모험물이 있는데 어저께 후다닥 읽어치운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가 그런 종류다. 며칠 몇 날이고 침대 옆에서 웅크리고 있는 진도가 나가질 않는 책들 사이에서 ‘천사와 악마’는 휘리릭 하고 책갈피가 넘어가는 기록을 세웠다. 도무지 일도 생각도 뜻대로 풀리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한 요즘 같은 시절에는 도피 혹은 여행과도 같은 이런 책읽기를 추천한다.
댄 브라운과 ‘다빈치 코드’라는 베스트셀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실상 별로 기억에 남은 것이 없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전작에 비해 어떻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했고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어떤 종교든 그 안에 깃든 사유와 성찰은 매혹적이고 과거를 거슬러가서 만나는 굴절과 왜곡은 더구나 흥미진진하다. 종교와 과학의 만남은 또 얼마나 놀랍고도 신비로운 세계인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이 역사 속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벌어지는 전대미문의 추기경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 속에서 한번도 가본 적도 없는 도시 곳곳을 상상하고 또 상상하는 것, 그런 가운데 꿈에서 깨어나듯 마지막 장을 덮었다.
아쉬움은 암살자의 모호함이다. 소설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암살자가 죽는 시점부터 이야기는 급격하게 긴장감과 설득력을 잃고 추락한다.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복수심이었다는 결론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교황의 순결서약의 의미가 스승이며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고 살의를 느낄 만큼 절대적인 것인가. 그리고 일루미나티라는 신비로운 집단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일까. 이 소설의 백미는 단연 일루미나티라는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집단에 관한 것이다. 제목도 일루미나티였으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