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때마다 눈 꼬리와 입가가 당기는, 빌어먹을 봄이다. 자연스럽지 않은 경직된 웃음이지만 무표정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필사적으로 노력중이다. 표정이 전혀 없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기 때문이다. 도대체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오늘 안 좋은 무슨 일이 있었나? 한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어 보이는 무지무지 딱딱한 타인의 얼굴을 두고 현재 내 얼굴의 상태를 걱정한다. 할 일도 엄청 없는 인간처럼.
봄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 걸음은 무겁고 느려서 화가 난다는 걸 이해받을 수 있을까? 마음은 하늘과 땅을 박차고 뛰는데 여전히 두꺼운 옷과 양말과 장갑을 낀 둔탁한 몸은 도무지 거리를 좁히지 못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건 나뿐인가? 껑충껑충 키가 자란 아이들이 새 옷과 신발, 가방을 둘러메고 갈 때, 지리멸렬한 일상에 갇힌 난 달달달 떨며 한숨을 몰아쉬는 처량함을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걸까?
생각들이 공중에 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붕어인 냥 입만을 뻐끔거리는 상대방을 멍하니 보다가 뒤늦게 질문이 뭐냐고 묻는 바보짓을 거푸 저지른다. 갔던 길을 또 돌아가면서도 그것이 몇 번째인지 모르고, 방금 지나쳐간 그 사람이 전에 알던 사람인 줄도 한참 뒤에나 깨닫는다. 잰 걸음으로 어딘가를 가지만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별로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쇼핑하면서 시간을 죽이다가도 또 해가 저물면 집으로 쏜살같이 내 달린다. 결국 돌아가는 곳은 집이다. 누군가는 사람에게로 가지만 내게는 숨을 쉬지 않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