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사는 일이 필사적이 되었다.

내 삶의 단위는 하루가 되었고, 오늘만 무사히를 부르짖었다.

어느날은 남들은 히히낙낙 잘도 사는데 유독 나만 땅을 파고드는 두더지같아서 죽을까 궁리도 하고, 생각의 잔가지를 잘라내지 못하고 천리만리 질질 끌며 이고 지고 살았다.

지금은 적당히 나이도 먹었고 등에 짊어진 짐의 무게도 훨씬 가벼워졌다. 사는게 다 그렇지 누구만 별난가, 냉소도 칠줄 알고 아무튼 어른다워졌다는 자각을 하는 참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구경삼아 충고라고 던지기도 하고 더딘 걸음을 기다릴줄도 알고 고통에도 불운에도 적당히 응수하면서 살고있다.

무엇이 최선인지는 늘 헷갈린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이 늘 정확하지도 않다. 흑이나 백보다는 회색지대의 적당함을 옹호한다. 낮아진 목소리, 힘이 빠진 주장이라도 느리게 꺼내본다.

생은 절반의 절반도 멀었다. 어쩌면 여기가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뛰기 싫다. 앞만 보는 달리기 대신에 뒤로 걷는 삐따기처럼 남루한 옷차림에 바람이나 불어왔으면 좋겠다. 꿈을 꾸고싶다. 말을 걸고싶다. 나무나 풀 혹은 돌에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