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라이더 - [할인행사]
니키 카로 감독, 케이샤 캐슬-휴즈 외 출연 / AltoDVD (알토미디어)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는 포스터의 푸른빛만큼이나 온통 푸른색 일색이다. 바다가 그렇고 하늘이 그렇고 들판이 그렇다. 그러나 시리도록 선명한 파랑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여기서의 푸르다는 잿빛이  도는 푸르다니까. 그래서 내도록 우울하다가 가슴이 아프다가 결국에는 눈물을 뽑아내는 것일까. 태어나면서 엄마와 쌍둥이 오빠의 죽음을 밟고 선 파이의 삶이 눈부신 아침 같으리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지만, 아빠에게 버려지는 것도 모자라 사랑하는 할아버지로부터 질책, 외면, 거부당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마음이 아리다.


마오리족 족장의 후예로 태어났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전사가 되는 수업에도 훈련도 참여하지 못하고 내쫓긴 파이가 한 행동은? 숨어서 질질 짜는 것이 아니다. 벽 뒤에서, 창문 밑에서 몰래 훔쳐보거나 듣고, 그것을 들켜 할아버지에게 모질고 단호한 꾸중을 듣지만 결코 시선을 돌려 도망치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과 관습을 수호하는 할아버지의 고집은 명민하고 반듯한 파이의 자질과 지혜를 외면하고 상처 위에 상처를 더할 뿐이다.


어느 날, 해변에 고래 떼가 밀려와 죽어가고 할아버지는 절망한다. 이에 파이는 과감히 우두머리 고래의 등에 올라타 바다로 돌아가자고 속삭인다. 병들고 지친 고래를 치유하는 파이의 부드러운 손짓에 죽은 듯 누워있던 고래는 천천히 꼬리를 흔들고, 이윽고 바다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뒤늦게 파이를 발견한 할머니는 울부짖고, 할아버지는 넋을 잃고 하염없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고래와 함께 바다 속을 유영하는 파이의 모습은 감동과 환상의 도가니다. 고래를 타고 온 소년이 부족의 선조였다는 역사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마오리족은 현대문명과의  충돌에서 처참히 패배하여 몰락의 길을 걷는다. 남자들은 집과 가족을 떠나 떠돌고 아이들은 전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늙고 병든 이들만이 과거의 노래와 춤을 기억하여 들려줄 뿐이다. 이에 할아버지는 새로운 지도자의 도래를 너무도 간절히 원해 왔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죽은 듯 누워있는 파이의 창백한 뺨을 만지며 속삭인다. 지도자여........


이전에 본 마오리족에 관한 영화로 <전사의 후예>가 있는데, 그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마오리족 전사들의 분장과 춤은 정말 인상적이다. 부릅뜬 눈과 길게 내미는 혀로 적을 압도하며 두 발로 힘차게 땅을 구르며 추는 역동적인 동작이 아름답고도 기괴하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문명의 이기 반대쪽에는 이렇듯 정신적인 것을 수호하는 이들의 희생과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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