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 개편으로 오락가락 하는 동안 나는 죽도록 앓았다. 날 잡아 농사일을 돕는답시고 일요일 하루 새벽부터 저녁까지 막노동을 한 결과다. 뭐, 처음부터 몸살이 날 각오는 단단히 하였지만 정작 앓아누우니 딱 죽을 것 같았다. 여름, 가을에 걸쳐 그 힘든 노동을 하시는 부모님 앞에서 주름을 잡을 수도 없고 설마 죽기야 하겠냐고 큰소리 탕탕 쳤는데, 역시나 몸은 정직하다. 팔과 다리에 알이 밴 것은 물론이고 목과 가슴까지 욱신거린다. 하도 호되게 앓아서 살아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모를 정도다.


성큼 다가온 겨울의 느낌에 몸은 움츠러들지만 마음은 꽝꽝 언 호수처럼 고요한 것이, 이럴 때 떠오르는 것은 한적한 산사다. 들리는 건 바람소리, 들짐승과 벌레소리가 전부인 깊고 깊은 산 속의 작은 절. 원하지 않아도 사람에 치이고 치이는 생활이 견디기 어려운 순간에 떠나는 일종의 몽상이지만 심신을 다스리는 데 큰 힘이 된다. 지금은 몸이 아팠던 탓으로 맘이 약해져 있어 상상하는 것만으로 만족감이 차오른다. 여행을 동경하나 쉬이 떠나지 못하는 내가 즐기는 이를테면 영혼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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