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쓸고, 마른 나뭇가지며 낙엽들을 주워 모으고, 겨우내 단단해진 흙을 보슬보슬하게 파헤치며 발견한 것들. 앵초, 수선화, 나리, 민트 종류의 움트는 새싹들이라니!! 연초록 혹은 짙은 보랏빛의 촉들이 신기해서 하염없이 들여다 봤다. 그러다 걱정이 되는 게 한시도 가만있질 못하는 말썽꾼 녀석. 희망이. 우리집 강아지. 분명코 사방팔방 밟고 다니며 파헤치리라. 이 화창한 봄날에 녀석을 묶어놓을 수도 없고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는 건가, 싶어 근심 가득이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조심스레 관찰하며 보살피던 싹들이 부러지거나 뿌리가 드러나있는 모양은 유쾌하지 않다. 때론 억장이 무너진다. 그럼에도 희망이의 자유를 구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희망과 절망이 반복되는 피치못할 사정의 그래도 좋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