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기분 좋은 선물을 듬뿍 받고 나니, 겁이 없어졌나. 동생에게 현이 원이의 선물로 뭐가 좋을까 물었더니, 만화로 된 삼국지가 어떠냐고 한다.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이 책 저 책을 비교 검토해 보니 <이문열 이희재 만화 삼국지>가 그 중 제일로 낫다. 만화책이니 책읽기에 관심이 덜한 원이도 덩달아 읽지 않을까?
내 기억에 <삼국지>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다. 할아버지 댁에서 세로로 인쇄된 백과사전 두께의 책을 빌려서 겅중겅중 건너뛰면서 읽었다. 그때가 아마도 <삼국지>를 제대로(?) 읽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다. 이제 외딴 무인도에 갇히지 않는 이상 저 책을 쉽게 꺼내 읽을 리가 없다. 왜냐면 너무도 쉽고 재미나는 읽을거리들이 지천에 널렸으니까. 그토록 오래된 일이지만 읽은 것은 읽은 것이니 누군가 물으면 읽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나다. 만화 드라마를 통해 반복 학습을 받다 보니 인물들의 태반이 머리 속에 생생히 살아있다. 이번 기회에 만화부터 시작할까? 입맛이 당겨 소설을 덜컥 살지도.
장담컨대 지현인 저 책을 무진장 좋아할 거다. 다음주에 보는 시험이 끝나는 날에 맞춰 선물하면 신나라 할 터이다. 아이가 책을 읽는 모습만큼 예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내 어린 시절은 늘 읽을 책에 목말랐다. 책은커녕 굶지 않고 겨울을 나는 걸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으니까. 교실에는 까만 꽁보리밥으로 도시락을 채운 아이들이 실제로 있었고 겨울에도 양말이 없어 맨발인 아이가 있었다. 6년을 다닌 초등학교 근처에서 책을 파는 곳은 구경도 못했다. 중학교에 가서야 서점을 처음 봤으니. 이런 옛날이야기를 지현인 안 믿을 거다. 하지만 사실이란다, 지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