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오만하리만치 주관적인 인간이다. 일순간 번뜩이는 호기심에 앞뒤 없이 골라 드는 경우를 빼면 ‘베스트셀러’라고 부르는 어지간한 책을 피해 돌아가는 편이다. 연금술 내지 현자의 돌이 무슨 유행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지만 도무지 흥미를 끌만한 무엇도 없고, 읽어야할 책은 많고 돈은 부족해서 미루고 미루던 차에 아는 친구의 손에 들려있던 책.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신비주의와 우화는 아무래도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잘 쓴 시

같이 노래하듯 읽힌 도입부를 빼면 글자는 눈에 들어와도 의미는 흩어져 책읽기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노동이다. 어디선가 읽었거나 들었거나 싶은 이야기구조 때문인가. ‘자아의 신화’를 찾는다는 주제에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기에는 너무 많이 살아버린 건지도.


물음표 천지였던 삶들이 어느덧 마침표와 말줄임표로 대체되었다. 무작정 배낭을 메고 떠나고 떠나오며 한 그루의 나무, 풀잎 하나에서 표지를 찾던 열정 대신에 안주하고 정착할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나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부터 하는 이들에게는 다시 한번 구두끈을 졸라매는 계기가 될 지도. 기억도 까마득한 시절에,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을 가슴에 품었었다. 그러나 생각하니 간절할 만큼 무언가를 원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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