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책장에서 건져올린 책 한 권으로 무더위를 난다.
등줄기를 따라 땀이 배는 여름 한 낮에 달달달 돌아가는 선풍기를 옆구리에 꿰차고 앉아서 전우익 할아버지의 나무 이야기를 읽는다. 사는 일이 별다르냐고 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10년, 20년 자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면 된다고 조곤조곤 타이르고 어루만져 주시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촌사람이라 나무 얘기, 채소 얘기, 곡식 얘기만 나오면 귀가 솔깃하다. 심어만 놓으면 저절로 자라는 줄 알다가 아침 저녁으로 눈도장, 손도장, 발도장을 찍어주는 정성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을 안 탓이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할머니는 요즘도 아침과 저녁으로 옥수수밭에 다니신다고,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에도 기어이 갔다오시더라고, 엄마는 불안해 하신다. 작년인가 논두렁에서 굴러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를 당하시고도 벌써 잊으셨나. 오늘도 종일 할머니의 전화만 대여섯 통을 받았다. 한가지 생각에 골몰하시면 해결이 날 때까지는 멈추지를 않는다.
어쩐지 이 세상과는 다른 별세계의 주인같으신 할아버지.. 오래오래 만수무강 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