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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 art 003 ㅣ 다빈치 art 18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신성림 옮김 / 다빈치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프리다 칼로, 그녀의 그림은 참혹하고 섬찟하며 기이해서 도대체 어떤 삶이 어떤 고통 안에 놓여졌을지 늘 궁금했었다. 책을 사게 된 결정적 동기는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극적인 인생역정을 묘사한 부분만으로는 선입견을 가질 위험이 커서 많이 망설였다.
여자로서 여자의 일생을 읽는 일은 늘 고통스럽고 미루고싶은 숙제같은데 '프리칼로와 디에고리베라'를 동시에 다룬 이 책을 보고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천재의 그늘에 가려져 영혼과 삶을 무력하게 담보로 잡힌 여자이야기는 외면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본능때문이었다.
홀린 듯 보고 읽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작가 르 클레지오의 시적인 글과 어우러진 글과 그림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비교적 공정한 시각으로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삶을 다루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이 아닌 숙명적 만남과 사랑안에서 그들은 인간일 뿐이었노라고. 시행착오와 의지를 거스르는 배반을 포용하는 인간적인 이기심과 나약함에 대한 묘사는 절대적으로 공감했다.
식인귀, 괴물, 윤리나 도덕, 정조관념이 결여된 탐욕스런 디에고를 영혼으로 사랑하고 숭배한 것은 프리다 그녀의 고집스런 의지였다. 아이러니지만 그녀가 그린 걸작의 대부분은 디에고와의 불화에 따른 애증을 승화시켜 탄생되었다. 프리다는 디에고라는 거대한 태양에게 삼켜지는 대신 꾿꾿하게 맞서 자기 존재를 각인시키고 예술로서 이미지와시킨 아름답고 강인한 여자였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는 자신의 그림과 디에고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궁을 품은 여자로서 버림받고 망가지면서도 당당하게 '오너라 상대해주겠다'고 꼿꼿하게 고개를 세우고 정면을 응시한 그녀의 자화상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고있다. 그 시선은 절대 도망쳐 숨지말고 절망과 고통과 싸우라고 말하고있다.
'그런데 왜 나는 '나의 디에고'라고 말하는가
그는 결코 내 것이 아닌데,
그는 오직 그 자신의 것일 뿐이다'
프리다 칼로, 그녀가 그녀만의 것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