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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오석윤 옮김 / 양철북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평소 사물과 사건을 볼 때 편협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하며 어른들을 위한 동화쯤 되려나 짐작했는데 다 잃고난 지금은 마음이 복잡하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나라라고 부른다. 잊을만 하면 떠오르고 미워졌다가도 체념하게 되는 이웃나라 일본을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마냥 적대적으로 대할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단지 약육강식의 논리 때문은 아니다. 국가와 국가건 개인 대 개인이건 미움과 배척보다는 화해와 타협이 지혜로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용서 무조건적인 타협은 아니다. 이해가 필요하고 분석이 필요하고 포용과 함께 단죄도 필요하다.
이 소설 속의 사람들은 전쟁의 비극적인 참상을 가슴에 묻은 채 살고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과거의 기억에 시달린다. 일어난 일을 기억을 상실하지 않는 한은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내게 있어 일본은 늘 가해자였다. 악랄하고 극악무도한 전쟁광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빌 줄 모르는 파렴치한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일본인이 일본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그 뻔한 상식을 꽤 오랬동안 잊고 살았다.
태평양전쟁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오키나와 사람들의 무력한 분노가 고스라니 녹아있는 이 이야기를 통해 과거라는 이름으로 잊혀져가는 역사에 대해 다시 배웠다. 태양의 아이 후짱이 전하는 가슴따뜻한 사랑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