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사랑
마이클 커닝햄 지음, 김승욱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버지니아 울프를 주연으로 한 영화 '디아워스'의 원작자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소설이다. 영화와 함께 원작자의 프로필이 따라다닐 정도로 그의 소설은 근사했다는 평이다. 그런데 어째서 '세상 끝의 사랑'이었을까. 세상의 가운데, 중심이 아닌 끝이라는 어감은 막다른 골목같기도 하고 지독히 슬프거나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다.

죽음을 꿈꾸지도 않지만 행복해 죽을만큼 생이 즐겁지 않은 바비, 조나단, 클레어, 에릭, 앨리슨의 시점이 번갈아 바뀌며 지극히 평범하고 담담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깊은 몰입을 방해받는다. 감각적이고 빠른 이야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적응이 어렵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겠지만,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그들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진지한지 보여주는 것은 많다. 바비와 조나단이 열망하는 가족이란 제도다. 동성애자와 사회부적응자, 그리고 에이즈 환자라는 공동체는 새로운 대안이다. 클레어의 일탈은 현실도피가 아닌 세상 속으로의 한걸음이다. 순전히 아이를 위한 선택이다.

다르게 생긴 외모 혹은 사랑의 다른 방식 때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치유하는 약으로써 읽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작가가 제시하는 대안과 해법은 통쾌하진 않아도 위로가 된다. 모자람과 부족함, 다름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선을 통해 그 방식은 조금 어쩌면 많이 달라도 삶 자체의 진지성과 소중함은 같다는 것. 생각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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