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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의 소년 SAM
톰 홀만 주니어 지음, 이진 옮김 / 한숲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과거에도 앞으로도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이토록 많은 눈물을 흘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픈 샘을 응원하며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까지 긴긴 여행의 종착역에 도달한 듯 기운이 빠졌다. 그리고 오래도록 울었다.
샘은 멋진 부모님을 가졌다. 그의 생명을 만드셨고 지키기 위해 고난을 선택하셨다. 한치의 망설임도 의혹도 없는 결정이었다. 그들의 용기와 결단력, 당당하고 의젓하게 똑바로 걸어가는 샘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에는 부끄러움이나 수치심, 망설임이 절대 없다. 누구도 샘이 될 수는 없다. 가정도 불가능하다. 샘은 혼자지만 동시에 혼자가 아니다.
샘은 기적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동시에 고통의 이름이다. 그것은 신의 뜻일까. 샘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것은 너무 어려운 문제일 것 같다. 다른 이의 희망이나 구원이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리라. 샘은 단지 조금 더 평범했으면 바랬다. 언제나 그랬다. 그러나 지금 그의 이름과 얼굴은 성자와 동일시된다. 아름답지 않은 반쪽 얼굴을 보며 사람들은 순교자를 떠올리지 않을까.
망상은 그만. 샘은 착하고 순진한 남자아이다. 예쁜여자애를 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보통의 소년이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마비된 몸과 일그러진 얼굴과의 힘든 전쟁을 계속할 것이다. 그것은 언제 어떻게 끝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원초적 의문이 파고든다.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다른 존재를 위해 사는 게 가능할까. 샘이 된다면 과연 살아낼까. 한가지는 분명하다. 샘이 거기 있음으로해서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을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포기했던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샘의 존재이유일지 모른다..... 다른 이의 필사의 생존을 바라보는 타자의 비열한 시각이지만 빈약한 의지를 지탱하는 지팡이가 절실히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