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다가 이제 겨우 일어났다. 그 뉴스를 보고 듣던 날은 이미 몸이 한계에 도달해 있었으므로 앓아 눕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몸이 그리고 마음이 사정없이 떨렸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원래가 감상적인 인간이고 소소한 일에도 우는 일이 다반사라서 내 눈물에 내가 취한 것 뿐이라고 둘러대도 멈추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원없이 울고 또 울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지는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여.  

신기하게도 마지막까지 뇌리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것은 정치가, 대통령으로서의 그가 아닌 아닌 소탈한 시골 할아버지로 돌아가서 보여준 모습들이다. 그의 말들이 진실했고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을 안다고 이제와 말한들 무엇하랴. 살아서 들었다면 좋았을 응원이고 지지일텐데. 정치에 대한 습관적 무관심과 나태가 새삼 부끄럽다. 삶도 죽음의 자연의 일부라는 말에 공감한다. 죽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 뿐이니 애통하지 말라는 의미리라. 사실 죽음만큼 숭고하고 순결한 의사결정방식도 없지 않던가. 고뇌의 사슬을 단호히 끊을 수 있는 결단도 어쩌면 그라서 가능했을 것이다. 믿을까 말까 의구심을 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결백이라는 신뢰라는 도장이 박혔다. 마음 아픔과는 별개로 가슴이 후련한 건 나뿐일까.  

그럼에도 살아서 보여줄 수 있었던 그의 다른 삶을 상상하면 아쉽고도 안타깝다. 아직은 할 일이 많았다. 그의 스케치북에 미완으로 남았을 그림들이 정녕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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