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말랭이 만들기에 도전(?) 중이다. 손가락에 물집이 그 고행의 증거지만 자랑할 일은 아니다. 간단한 듯 하지만 의외로 번거롭다. 적당한 굵기로 써는 것이 일단은 칼질 서툰 내게 죽음이었고, 적당히 물기 마른 무를 실에 꿰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모양 좋게 꿰어서 마당 한켠 바람 잘 드는 곳에 주렁주렁 걸어놓으니 흐뭇하긴 하다만. 

한 줄도 쓰기 싫다는 얼토당토 않은 기분,이 우습다. 읽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만큼 그저 빠르다.  이렇게도 사는구나, 자각하는 순간이 있다.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아마도 엉거주춤한 표정으로 서 있을 모습만 상상한다. 단지 상상만이다. 나는 저기도 거기도 아닌 여기 있고. 내일도 모래도 어제처럼 오늘처럼 여기 있고. 사람 사는 거, 진짜 별 거, 아니구나.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제대로된 계획을 세운 적도 없지만 저마다들 사는 모습은 거기서 여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죽도록, 힘들다고 하면서도 술마시고 노래하고 웃을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사는 게 죽기보다 싫다면 죽어야겠지. 다들 똑같다고 말해봐야 소용 없다. 삶은 삶대로 죽음은 죽음대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고 처한 자리가 있겠지.  그래서 노력 중이다. 산 자든 죽은 자든 쿨하게 이별하는 연습을. 안녕 잘가요,라고 말할 수 있는 연습을.   

포인세티아를 선물 받았다. 빨간 이파리가 마치 겨우내 따뜻하게 살라는 의미 같다. 그저께 받은 로즈마리 화분 옆에 나란히 두고 보는 중이다. 여기서 행복하기를.  



    

 

 

 

 

 

 

 

 

 

 

 

겨우내 피고 지는 사랑초랑 로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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