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한 순간의 판단 착오라고 하기엔 엄청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그녀의 죽음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믿을 수 없지만 이미 일어난 비극이다. 수많은 전조증상이 있었겠지만 일상에 묻혔으리라. 세상에 가벼운 죽음은 없다. 저마다의 죽음은 그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는 것이다. 명확한 시작과 끝이 있는, 죽음은 가슴을 치고 땅을 칠 고통이다. 오래 살았던, 짧게 살았던, 건강했던, 많이 아팠던 죽음은 단 한 가지 색이다. 블랙.
이유원인 따지고 분석한들 이미 한발 늦어버렸다. 그 순간 그렇게 갈 줄은 당사자도 몰랐을 테니. 그건 착란처럼, 도무지 제어가 안 되는 망가진 기계처럼 손을 쓸 틈도 없이 파국으로 치달았으리라. 억척스럽고 독한 듯 했던 한 인간의 내면이 이렇게 부서지기 쉬운 유리였음을 연민한다. 가엾고 가엾다. 죽음 이후의 세계 따윈 믿지 않는 나로선 좋은 세상 어쩌니 하는 빈말은 못하겠다. 그냥, 남겨진 것들을 향한 그녀의 통곡 소리만 계속 들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