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사랑초 아가들. 벌레먹고 잎이 누렇게 변하길레 줄기까지 싹둑 잘랐줬음에도 다시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우고 있다. 닮고 싶은 생명력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청사랑초 구팅이에 보라사랑초도 두 포기 있다. 길에서 주워다가 심은 거다. 애완견을 유기하는 인간이나 말라비틀어진 화초를 버리는 인간이나 같은 종자다. 과거, 유기까지는 아니라도 말라죽인 전력이 있으니 본인도 유구무언이다. 애정은 눈꼽만치도 없이 마지못해 거두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랑 줄 자신이 없으면 시작도 말아야 한다. 그건 사람에게도 해당한다.

올해 꽃밭은 온통 메리 골드 천지다. 작년엔 민달팽이의 먹이로 스러져야 했던 녀석들이 한 포기도 죽지않고 모두 살아남았다. 너무 많아 처지곤란할 지경이다. 얘네들도 은근 번식력이 강하다. 가지를 치며 뻗어나가는 속도가 놀랍다.  

 

 





부레옥잠은 추위에 약하단다. 몇 뿌리는 크고 길쭉한 유리병에 담아 실내로 들였고 몇 뿌리는 작은 화분의 흙에 심었다. 모두 따뜻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어야 한단다. 내년 봄이 오는 그날까지.

작은 석류나무도 한 그루 얻어 심었다. 가능한 화분이 아닌 노지에 심으려다 보니 햇빛은 많이 부족하다. 내년엔 두 뼘의 키가 배가 되어 있기를 소망한다. 

교훈 하나. 꽃이 사랑스럽다면 벌레와 친해야 한다는 거. 아침마다 초록이나 갈색의 벌레들이 꽃과 잎에 달라붙어 맛있게 냠냠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놀랄 것이 없다. 당연하다는 듯 집게를 찾아 벌레를 들어 꾹 눌러 죽일 용기가 없으면 멀리 대문 밖 하수구에 낙하를 시켜야 한다. 벌레의 엄마는 대개 나비다. 크고 작은 화려하거나 소박한 나비들이 날아들어 우아하게 꽃에 앉아있는 모양이 예쁘다고 해서 마냥 즐거울 수가 없는 이유다. 최근엔 나비를 보면 넌 어떤 아가들을 낳을래 말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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