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꽃이 드디어 피었다. 새끼손가락 한마디만한 봉오리가 진흙 속에서 빼꼼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순간부터, 날마다 들여다보고 또 보는데, 그 감질 맛이란. 숨이 꽉 막히는 기분이랄까. 하긴 꽃뿐이 아니라 잎도 마찬가지다. 뾰족한 잎 끝이 보이는 순간부터 돌돌 말린 잎을 물 위에 꼿꼿이 세우고 있다가 서서히 잎을 펼치는 과정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바라보는 것은 감동 그 자체다. 또, 편하게 누울 자리를 찾아서 줄기를 뻗치다가 물 위에 납작 눕거나 허공에 서 있을 때, 그 반들반들 윤이 나는 짙은 초록의 잎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타인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팔불출의 짓이다. 꽃은 이른 아침 노란 속살을 내보이다가 점심이 지나면서 꽃잎을 하나둘씩 오므리기 시작하고, 급기야 저녁이 오면 봉오리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발견하고 탄성을 지르고, 그 봉오리가 연잎 밑으로 숨었을 때 또 감탄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만나는 사람마다 연꽃이 피었노라 자랑하고 구경 오는 사람마다 작은 즐거움을 나눠준 것도 착한 일이라면 착한 일일지. 이 동네에서 기르는 연꽃은 실상 두어 달 전에 이미  피고 졌다. 그러니 이 아인 귀염을 독차지하는 늦둥이인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