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세계는 다른 차원처럼 극명하다.

이 소설 속에는 내가 좋아하고 연민하는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깨어 있어야 하는 혹은 잠 잘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다. 밤의 매혹은 무거운 눈까풀을 밀어 올리며 새벽을 기다려본 사람만이 안다. 노동을 하건, 책을 읽건, 수다를 떨거나 술을 마시건 깊은 밤을 지나 새벽이 오고, 푸른빛이 나는 회색의 하늘을 바라보며 공중에 떠가듯이 걸어갈 때의 오묘한 충만감이란. 몸은 천근이지만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 이 세상이 아닌 딴 세상을 유영하는 착각마저 든다. 밤사이 머리를 짓누르던 삶의 고민, 실연의 고통, 죽을 것처럼 괴롭던 일상의 저주로부터 잠깐이지만 해방이다. 그건 밤을 지나온 새벽의 마법이다.






딱히 하루키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그의 소설은 기껍게 읽는다. 명성에 중독된 것일까. 타성일까. 엄청 재미있다거나, 골이 아프게 딱딱하면서도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감성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나 보다. 그 매력이 그의 책에게로 끌어  당긴다.






드디어, 부레옥잠의 꽃이 피었다. 연한 보라색의 화사한 꽃이다. 기대했던 이상으로 아름답다. 옥잠화의 하얀 꽃과 어우러진 달콤한 향에 밤새 취하고 또 취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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