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레옥잠의 번식력은 상상 이상이다. 며칠 사이 저 고무다라가 가득 찼다.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처음 올 때 모습이 뜬잎 2장이었던 연은 지금 다섯 장으로 늘었다. 선잎이 몇 개 나와줘야 꽃을 피운다는데...... 어떤 꽃을 피울까. 가정집에서 키우는 연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다른 종류라고 해서 사왔다는 앞집 거도 꽃 색깔만 다른 듯하다. 조만간 황토랑 마사토를 깔아줄 생각이다. 황토는 이끼 방지에 효과적이고 마사토는 물을 맑게 해 준단다.

저녁밥 하러 갈 시간에 맞춰 핀다는 분꽃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에 가면 저 분꽃이 대문 앞에 만발했었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은 쌍처럼 붙어다닌다. 한량이었던 할아버진 꽃이며 나무는 정성스레 가꾸셨는데 정작 식구들의 밥벌이는 관심 밖이었다. 그 바쁜 농사철에도 바지 둥둥 걷어부치고 논에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 술 드시고 주정하는 거랑 할머니께 호령하는 낙으로 사셨다. 하얀 바지저고리 입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그 모습이 난 부끄러웠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도 성장해서도 다감하게 할아버지,라고 불러 본 적이 없다. 할머니께 다행인건 그런 할아버지보다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 돌아가시기 전의 병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할머니께서 더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바랄나위 없었을 것이다. 할머니의 죽음은 아직도 아쉽고 쓸쓸하고 죄송하다. 그래서 병중의 할아버지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관심없었다. 고통스러웠는지 외로웠는지 정말 눈곱만큼의 연민도 일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여덟이나 되었던 자식들 누구나가 그랬으리라. 그럼에도 살아오신 날들의 업에 비하면 약과였던 말년이었다. 주변에선 다들 더 고생하시길 은근 바랬다는........... 청년시절 빨치산이었다는데, 그게 무슨 감투인가. 자의식만 강해서 마누라 자식들 고생만 죽어라 시켰지. 더불어 최악의 유전자를 물려주었고.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그것이다.
이 동네에도 6.25때 인민군으로 내려와 정착한 할아버지가 한분 있다. 여든 가까운 나이에도 술만 들어가면 마누라에게 욕하고 때리고 동네방네 소리지르고, 피해의식인지 자격지심인지 자기 실수, 잘못을 죽어도 인정 못하는 인종이다. 술주정을 빌어 가족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거. 못나고 못난 인간의 전형이다. 아주머니와 무려 열살 가까이 나이차가 나는 것도 그가 성질 부리는 이유중의 하나인데, 병들고 늙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자기보다 젊은 마누라를 윽박지르는데서 해소하는 거, 오만정이 떨어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