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요리의 대부분은 생애 처음인 것들이다. 오늘 끓여 먹은 감자국도 그러하다. 요리 앞에만 서면 덜컥 겁부터 나고 소심해지는 버릇이 있어 무조건 못해, 안해가 태반이다. 그러다가 문득 할 마음이 생기면 인터넷을 뒤져 레시피를 적어서 꾸역꾸역 만들어보곤 성공하면 자신감이 붙고 실패하면 그럼 그렇지 하면서 의기소침의 되풀이다. 세상에 쉬운 요리는 하나도 없다. 그 쉽다는 된장국도 매번 맛이 다르거나 이상한 걸 보면 내게 요리의 신은 분명 없음이다. 어쨋거나 오늘의 감자국은 성공했고 덕분에 약간 자신감이 상승했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그런데, 작년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감자찌기가 역시 대실패를 보고나니 다시 욕이 완전 상실. 문제는 무대포 정신이다. 기억이 안나면 다시 방법을 찾아 보든가 해야지 있지도 않은 뭔 감을 믿고 시작을 한 것일까. 남이 찌면 포실포실 맛난 감자가 내가 찌면 정체불명의 요상한 모양으로 나타난다. 덕택에 바퀴벌레 잡는 용도로 쓰기로 했다. 그렇게 위안을 삼아야지.

요리 못하는 인간의 특징 걸핏하면 손을 베인다는 거다. 지금도 엄지에 상처가 있지만 하루도 손가락이 성할 날이 없다. 혼자일 적에 뭘 먹고 살았나 싶다. 먹는 걸 즐기지 않는다고 하면 이상히 여기는데 수고에 비해 결과물이 형편없으면 점점 요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뭐든 대충 적당히 고픈 배만 채우자는 주의자가 살림이라는 것을 그럴듯하게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되었으니 지난 2년간의 날들은 손가락에서 상처가 가실 날이 없음이다.

요리 잘하는 친구를 보면 일단은 스스로가 즐긴다. 먹는 거든 만드는 거든. 난 그 둘다가 불가능하다. 내가 만들어 놓고도 먹고싶어하지 않는 딜레마.  일부는 유전적 요인도 무시 못한다. 엄마의 요리가 맛있었던 적이 없으니까. 맛이 없으니 음식에 관한 흥미도 관심도 없고, 기대도 없고, 체질로 굳어진 거다. 또 나이가 나인지라 음식 못하는게 무진장 창피할 때가 있다. 한때는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해도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니 죽을 맛이다. 요리도 배우는 때가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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