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어찌나 살랑살랑 불어주시는지 아주 황홀해 숨이 널어갈 지경이다.

아침과 점심의 그 언저리 쯤, 햇살은 좋고, 바람은 불어주고, 녹음 짙은 나뭇잎은 묘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날이다. 

보자기처럼 하늘을 둘러싼 감나무의 건강한 연초록 이파리가 이렇게 눈이 부시게 멋졌나. 

바람이 지나가다 한소끔 쉬어가고, 햇살이 내려오다 가볍게 비켜가는 손이 닿지 않는 저 높은 곳의 나뭇잎이란 실로 의젓하다. 

감나무가 몸 전체를 느리게 흔드는 걸 따라서 무화과나무, 보리수나무, 목련나무, 으름나무 이파리도 흔들기 시작한다. 

짧거나 길게, 빠르거나 느리게, 때로는 경박하게, 혹은 귀엽게. 이것은 5월의, 5월만의 경이다.

그것을 향해 시선이 박히면서 시작된, 하늘보다는 가까운 곳을 바라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보물이다.

그럼에도, 5월은 그 자연의 무한한 혜택과는 무관하게 약간의 불편함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챙김을 받는 것도 챙기는 것도 도무지 서툰 나와 같은 사람에게 치뤄야할 겹겹의 의무는 고역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야 반가우나, 그 순간 건네는 인삿말과 웃음이 완전 내숭이나 거짓도 아니건만, 약간의, 아주 약간의 과장, 호들갑, 인내심이 뭐 대수랴만, 오롯이 홀로 사는 사람에겐 쉽지 않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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