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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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라니. 이유가 있을까. 그냥 책이 있고 시간이 있고 재미와 흥미가 있으니까 읽는다. 거창한 목표나 목적을 위해 읽기도 하겠지만 나는 아니다.

내게 읽는다는 건 삶과 삶, 일상과 일상 사이의 틈을 메꾸는 일이다. 틈은 공허일 수도 있고 무료함이기도 하다. 빛 뒤의 그늘, 밝음 후의 우울이랄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면 안될, 맹한 그 순간을 채울 수 있는 건 책읽기 뿐이다.

혼자 있기를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어울려 말할 상대를 찾아나서는 친구가 있다. 웃고 떠드는 수다를 통해 삶의 빈틈을 메꾸는 그녀의 방식에 옳고 그름의 판단은 내리지 못한다. 단지 다를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때가 있다. 삶은 그런 일들의 연속이고 다행히도 내겐 책이 있어 행운이다. 만약 책이 없다면? 끔찍한 상상이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우물 같은 깊은 공허가 시시때때로 입을 벌린다. 가장 많은 시간은 가족들과 가끔은 친구와 일상을 공유한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매일 음악을 듣고 매일 정원에 나가 일한다. 그리고 온전하게 홀로인 시간이 오면 어김없이 책을 읽는 것으로 공허의 입을 닫는다. 책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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