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해결하듯, 병원엘 갔다. 누군가 뒷덜미를 움켜쥐고 병원 앞에 던져줬음 싶은 치과와 겸사겸사 근처에 있는 안과까지. 스케일링은 굳이 할 필요 없다는 얘길 듣고 약간 시리고 부은 잇몸만 간단하게 치료하는 걸로 끝. 환절기마다 의례 겪는 일이라 등한시했던 눈은 생각 외로 심각하다는 말에 좀 놀랐다. 너무 심하게 비벼서 눈 안과 밖이 헐 지경이란다. 좀 강한 스테로이드 안약이랑 방부제가 안 든 일회용 안약을 처방받고 알레르기 약 아침과 저녁 분 3일치를 처방 받았다.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에 강한 거 말고 효과가 늦어도 좋으니 약한 거 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며칠은 써봐야 한단다. 약국언니한테 물었더니 별로 강한 것도 아니라고. 약국에서 느끼는 거. 이 사람들 자신들이 배운 지식의 몇 프로나 써 먹을까. 어떤 질문이건 건성이고 병원에서 받아온 처방대로 약 짓기만 분주하다. 약국이란 약을 파는 마켓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 처방전을 들고 오는 손님에게는 서비스 만점이고 그 외는 대충인 듯 기분이 들고. 병원과 약국 사이의 어떤(?) 거래도 궁금하고. 집 근처에 아주 바쁜 내과가 있는데(당뇨 전문) 그 아래 약국의 주인과 혈연관계라더라, 는 소문이 있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만.
오는 길에 산 사과가 겁나게 달다. 트럭 한가득 쌓인 붉은 사과가 어찌나 탐스럽던지 풍덩 빠지고 싶더라. 사과는 이맘때가 가장 싱싱하고 맛나다. 또, 어떤 과일도 사과맛에 비할 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