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라 속으로 들어간다




벌 하나가 웽 날아가자 앙다물었던 밤송이의 몸이

툭 터지고




물살 하나가 스치자 물속 물고기의 몸이 확 휘고




바늘만 한 햇살이 말을 걸자 꽃망울이 파안대소하고




산까치의 뾰족한 입이 닿자 붉은 감이 툭 떨어진다




나는 이 모든 찰라에게 비석을 세워준다




오랜만에 내 맘을 홀리는 시집(가재미)을 샀다. 근데, 가재미가 어떻게 생겼더라.




***엄마가, 도토리묵을 쑤어 오셨는데 함지박 안에서 출렁거린다. 적당히 굳어야 모양 좋게 잘라낼 텐데, 하룻밤을 재워도 출렁거린다. 시외전화를 걸어 왜 이러느냐 하소연을 했더니 엄마의 한숨 섞인 말; 누가 도토리와 밤을 반반으로 섞어 묵을 만들면 맛이 좋다하길 레 덥석 사고를 쳤노라고.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굳지를 않아 썩은 밤새 한잠도 못 잤노라고. 그리하여, 당분간 흐물흐물 출렁거리는 도토리와 밤이 섞인 묵을 열심히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는 묵 맛을 알고 먹었나. 간장 맛으로 겨우 먹었지. 청포묵, 메밀묵은 아는데 밤묵은 처음이다. 그런 묵이 정말 있기는 한 건가. 아님 울 엄마가 순진하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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