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다녀오는 길. 몇 걸음 앞에 할머니와 손녀가 걸어가고 있다.
할머니; 오늘은 엄마한테 가서 자.
손 녀 ; 왜?
할머니; 그래야 엄마가 안 나가지.
손 녀 ; 싫어.
할머니; 엄마 붙잡고 나가지 말라고 울기도 하고 그래.
손 녀 ; ............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유치원생이거나 초등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가엾다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 입장에서야 며느리를 잡아놓을 수 있다면 무슨 말인들 못하랴 싶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너무 가혹한 현실이 아닌가. 보아하니 엄마랑 함께 사는 것도 아닌 듯한데. 옛 기억 속에 나도 싸우고 틀어진 부모님 사이에서 왔다갔다 말을 옮기느라 고달팠던 적이 있다. 그때야 시키는 대로 했지만 지금 같아선 확! 가출해 버린다. 어른들의 사정에 아이를 이용하는 건 진짜 잔인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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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2
그만그만한 주택가 골목에 살다 보니 음식물이며, 재활용 쓰레기 문제로 가끔 언성이 오간다. 나름대로 좋은 이웃들(한두사람 싫은 인간 빼면)과 오순도순 인정을 나누며 살고 있고, 저마다 발 벗고 나서서 규격 봉투가 아닌 엄한 쓰레기에 대한 단속을 하고 있음에도 요상한 물건들은 주기적으로 나온다. 불법 쓰레기는 누구든 자발적으로 나서서 치우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내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수시로 지나쳐 가는 곳에 파리나 바퀴 들끓는다면 당장 이사 가고 싶어질 거다. 어떤 이가 보면 극성이다 싶게 이 주변 분들은 더럽고 지저분한 걸 그냥 보아 넘기질 않는다. 나부터도 아침 눈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음식물 쓰레기통 들여 놓으면서 빗자루 들고 쓸러 나가니까.
그런데, 그런 사람 꼭 있다. 손 하나 까딱 않으면서, 말만 많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인간. 언젠가, 병원을 다녀오는데 음식물쓰레기를 담은 비닐이 터져 널브러진 앞에서 남자들 두엇이 온갖 욕을 하고 서 있다. 그것도 ~년 하면서. 어째서 놈이 아니냐고. 듣기 거북하다고 한 소리 했다가 곧바로 말싸움으로 번지고.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낯선 얼굴이다. 이 동네의 생리를 안다면 그런 엄한 소리 못하는데. 버리는 당사자를 그 자리에서 잡어서 욕을 퍼붓던, 사진을 찍어 고발을 하던, 남아도는 시간이면 봉사를 하던, 행동없는 저열한 말 뿐인 남자에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욕설은 듣기 싫다고 해 봤자 먹히지도 않았지만, 그냥 지나칠 일도 아니어서 싸웠다. 나름대로 목소리는 큰 편, 거들어 주는 동행도 있어 밀리지는 않았다. 그 날 낮, 이웃 분들과 그 문제의 쓰레기 말끔하게 치우고, 욕쟁이 남자의 어설픈 사과 받고 마무리 됐다.
그리고 이차 전은 추석 직후, 주에 두 번 오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차가 오지 않아 난장판인 상황. 음식물이나 일반 쓰레기는 각자의 집 앞에 놓기가 활성화 되어서 문제가 아닌데, 재활용은 수거하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차가 지나가는 도로가에 집결하고 있다. 버리는 사람도 가지가지라 아무렇게도 휙 집어 던지고 가는 사람, 가지런히 쌓아놓고 가는 사람, 별별 사람이 다 있다. 늘 궂은 일에 나서는 이웃 아주머니가 길 중앙으로 밀려나온 걸 정리하고 있는데, 문제의 그 남자, 또 영양가 없는 군소리를 하신 모양이다. 뒷짐 지고 서서 구경만 하는 꼴에 아주머니 당연 열이 받아서 한마디 하시다가 언성이 높아지고. 마침 집 앞엘 나갔다가 쫓아가서 아주머닐 응원했다.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던 이 남자 돌아서는 우리 뒤에서 "이 동네엔 깡패만 사나"라고 한마디 던진다. 가여운 그 남자의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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