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껍질은 단단하다. 그 안의 속껍질은 쓰고도 떫다. 두 개의 껍질을 뚫고 들어가 진을 친 밤벌레를 보면 몹시 신기하다. 징그러운 건 두 번째 문제다. 밤벌레는 밤을 먹고 성장한다. 밤벌레는 밤을 파먹고, 밤을 닮아 둥그러진 몸을 굴려 밤 밖으로 나오는 듯싶다. 처음 들어가는 구멍은 표시나지 않지만 나온 구멍만은 확실하다. 아무리 보관을 잘 한답시고 냉장고에 넣어도 밤벌레는 저절로 생겨 밤을 좀 먹는다. 어쩌면 밤벌레는 밤 속에서 태어나는 것일까? 밤벌레는 밖으로 나올 뿐,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일까? 추석 전, 밤나무 숲에서 주워 온 밤을 까면서 든 오만가지 생각 중의 하나다. 고향에 계신 큰아버지는 비탈진 밭을 염소방목장으로 만드셨다. 그 방목장 둘레는 온통 밤나무 천지인데, 추석 즈음에 가면 늘 탐스런 밤을 맘껏 주울 수가 있다. 밤 줍기의 재미남은 주워 본 사람만이 안다. 우수수 널린 밤을 주워 담는 재미와 간혹 밤나무를 발로 차서 송이 째 떨어지는 밤을 막대기를 동원해 발라내는 흥겨움이란. 소름이 오소소 돋는 짜릿한 기억이다. 올해는 그 밤을 쪄서 가루로 만든 다음 꿀에 개어 송편 속을 만들었다. 벌레에게 먹히기 전, 일부는 밤밥을 하려고 다듬었고, 일부는 까서 볕에 말리고 있는데, 오며 가며 이사람 저 사람이 하나씩 집어 먹으니 하나도 남지 않게 생겼다. 남이라도 사람 입이 낫지, 오동통하니 살찐 밤벌레를 발견하고 기겁을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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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밤밤 노래하는 파란여우 2007-09-2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몽님, 밤은 껍질째 살짝 쪄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을 때 다시 한 번 살 짝 쪄주면 먹을만합니다.

겨울 2007-10-0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그인 안 한 여우님, 반가워요^^
살짝 쪄서 냉동실에 보관은 새로운 비법이군요.
네이버에도 없어요. 소문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