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나뭇잎이 시멘트 마당 위에 쩍쩍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아. 지겨워. 라는 말이 눈을 뜨면서 시작해서 눈을 감을 때 까지 터져 나오는데, 그것도 역시 지겨워. 젖은 신문지 조각, 붕 떠버린 벽지, 무덤처럼 쌓아놓은 책 냄새가 바이러스처럼 허공을 부유하는 것만 같아서 불쾌해. 천지사방이 비에 젖어 축축해. 오늘 밤엔 보일러를 돌려야 할 거야. 근데, 몸은, 말라비틀어진 북어처럼 버석거려. 건들면 마른 비듬이 우수수 떨어질듯이, 뼈대 앙상한 손가락 발가락이 무시무시해. 가을이면 앓는 알레르기는 불청객이지만 속수무책이야. 아침마다 눈 뜨기가 괴로워 몸부림을 치지만 이것도 곧 지나가겠지. 이대로, 무거운 눈까풀을 닫아걸고 책상에 엎드려 자버리고 싶은, 밤 같은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