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에서 돌아와 발견한 종이봉투에 네 권의 책이 들어있다. 주인도 없는 집에 택배를 놓고 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현관문과 대문이 활짝 열려있었으니 아마도 무심코 들어왔겠지? 뜻밖의 선물이라(이미 전에도 한번 받았지만) 즐겁고 신나면서도 약간의 고민을 동반한다. 파랗고 노랗고 하얀 그리고 분홍의 책표지가 마치 꽃처럼, 마당 구석구석에 소담스레 핀 채송화처럼 시선을 잡아끈다. 책이 꽃보다 예쁘다. 고마워요.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몇 송이의 꽃이 폈나 혹은 필 것인지 숫자를 세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정오쯤 마당에 나가 활짝 잎을 연 꽃송이를 무료한줄 모르고 넋을 놓아 구경하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손끝으로 만져보고 마른 흙에는 촉촉하게 물을 적시고 옆구리에서 비집고 올라오는 풀을 뽑아낸다. 오늘은 무려 열두 송이의 꽃을 피웠다.
동네에 새로 들어선 마트에 갔더니 개업기념으로 빨간 소쿠리를 하나씩 준다. 이걸 어디다 쓰나 하면서도 커다란 소쿠리가 별나고도 신기해서 자꾸 바라봐진다. 오늘 하루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옆구리에는 모두 빨간 소쿠리 하나씩을 끌어안았을지도. 정말 장사가 될까 싶은데도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마트가 벌서 세 곳이다. 번갈아 경쟁세일을 하는 유혹의 전단지가 날아들면 작은 손지갑을 움켜쥐고 달려가는 어처구니없는 심리란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