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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내 심장을 쏴라 :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할인] ㅣ 은행나무 세계문학상 수상작 5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다다를 즈음 당연한 의문이 따라다닌다. 과연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일까. 상처가 아물지 않는 사람들, 아팠던 곳이 계속 덧나고 덧나 썩어 문드러진 사람, 그래서 자기 결정권을 상실하고 죽은 것도 그렇다고 산 것도 아닌 날들을 반복하는 이의 삶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눈물 나게 웃기다가, 미치도록 슬프다. 또별과 미쓰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승민과 수명은 겨우 스물 다섯 살의 나이다. 같은 날 같은 시에 납치 감금에 가까운 폭력적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서로가 운명적 관계임을 깨닫는다. 둘은 한 영혼의 두 몸처럼 일심동체가 되어 세상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한다. 정확히는 승민을 위한 탈출이다. 어쩌면 유일하게 진심으로 억울한 사람이라서 병동의 모든 환자들이 자기 일처럼 온 힘을 다해 도왔던 것일까. 아니면 아직은 의지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제대로 된 꿈을 꾸고 있어서 응원의 마음으로?
병동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상황들은 사실 외면하고 잊고 싶다. 실제도 그럴 것 같아서 불편하고 사실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해도 믿기지는 않는다. 그 곳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여지없이 보여주는 그대로 라면 소설은 상당히 미화된 것일 테다. 점박이 같은 악의 화신은 이 사회 어느 곳이든 있을 수가 있다. 그 곳의 닫힌 공간이라면 당연 있고도 남는다. 한이와 지은이, 만식씨, 김용과 십운산 선생, 그리고 유일하게 인간적이고 원칙을 중시하는 최기훈 등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의 희로애락은 삶은 어쩔 수 없이 버티고 견디고 또 버티는 거라는 불변의 진리에 이르게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나는 승민이 단지 탈출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 속 히어로처럼 짠하고 나타나 병동 사람들을 구하는 통쾌한 상상을 잠깐 했다. 그는 수명을 두고 떠나는 마지막 비행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탈출에 극적으로 성공한 것은 물론 그의 몫인 재산을 챙겨 비록 실명에 이르렀지만 나쁘지 않은 인생을 살았길 바랬다. 더불어 스스로의 인생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발자국을 내 디딘 수명을 찾아내기를. 그리하여 그들은 그들만의 낙원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고 쓰여지기를.
나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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