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 인공지능 기계가 주인인 세계라니. 인간은 그들에 의해 통제 관리 되며 끝없이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이 진짜라고 믿는다. 계속 꿈을 꿀 것인가. 깨어날 것인가. 파란약과 빨간약의 선택이다.
해커 네오를 연기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창백한 얼굴은 오묘하다. 검은 머리의 아름다운 이 남자가 아닌 네오는 상상할 수도 없다. 로렌스 피시번이 연기한 모피어스 역시 그렇다. 둘은 다르지만 잘생겼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멋진 사람은 트리니티다. 네오의 순수함과 약함과 대비되는 그녀의 강함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회색의 디스토피아, 낡은 함선, 누더기옷의 현실 너머에는 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신셰계 매트릭스가 있다. 다시 보는 매트릭스는 볼수록 놀랍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그 시절에 가능했을까. 다시 봐도 경이롭다. 보여주는 움직이는 예술의 극치다.
길을 아는 것보다 그 길을 걷는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모피어스의 통찰력처럼, 네오는 길을 모른다고 말하지만 그 길을 걷는 인간이 되어간다. 매트릭스4편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전편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2020년 마지막은 매트릭스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