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혼자는 외로워서 둘이랍니다, 라는 싯귀가 모든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유달리 번잡함을 질색하는 나는 나 아닌 누군가의 존재를 견디지 못하고 전전긍긍할 때가 있다. 가족이라도 마찬가지다.

혼자임을 즐긴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럴듯한 변명이자 위안이 아니냐고 하지만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사람들 속에서였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홀로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외로움을 모르는 병적인 인간이냐하면 그건 아니다. 적당한 고독이나 쓸쓸함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범인일 뿐.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해후는 반갑고 즐겁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인사하고 떠나는 과정도 유쾌하다. 아마도 내가 질색하는 것은 사람이 지나간 그 자리의 어수선함일 것이다. 형식에 매이지 않는 사고방식도 타인과의 소통에서는 적당한 위선과 연기를 해야 하니 불편하기도 하고, 여럿이 모이는 곳에서의 의식적인 배려와 낮춤이 천성적으로 타고나서 쉬이 지치는 탓도 있다.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었다.  그까짓 것 쯤이야 하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을 수는 없다. 즐기는 것 자체를 거북해하는 성격만 아니라면 왁자하게 놀아도 좋을 날이다. 하지만 이런 인간으로 이미 만들어진 것을 어쩌랴. 남과의 다름은 그저 차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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