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재미있다고 했나. 불구경은 아직 한 번도 못 봤지만 절대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고, 싸움은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열불이 날 뿐이다. 싸움에 능숙하지 못하니까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싫다. 하지만 싫다고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없는 걸로 칠 수는 없다. 내 일 아니면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되는데 어찌된 성격이 참견 아닌 참견을 하거나 끼어들어서 사단을 낸다. 결과는 싸움도 못하면서 말만 높아지고 얼굴 험악해지고 감정은 상할대로 상해서 개죽을 쑨다.
주택 밀집지역이 그렇듯이 이 동네의 풍경도 저녁이면 한가한 아주머니들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떨고, 맛난 음식 있으면 가지고 나와 누군가의 대문 앞에서 둘러앉아 나눠먹는 게 일상이다. 그 모습이 봐줄만한 사람도 있겠지만 눈에 거슬릴 수도 있다. 별로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들은 지나가며 매번 같은 사람을 마주쳐야 하는 게 불편할 테지만(예전에는 나도 그랬으니) 그거야 개인 사정이고, 사람 사는 동네가 다 그렇지 철대문 닫아걸고 사는 아파트도 아니고 약간의 불편은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문제는 앞집 사는, 정확하게는 앞집의 왼쪽 편에 사는 사람의 괴이한 짓거리다(하도 이상해 고운 말이 나가질 않는다). 무뚝뚝한 나쁜 인상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사는 게 너무 심심해서 심술을 부리기로 했는지 걸핏하면 나와 잘 놀고 있는 동네 아이들을 쫓아다닌다. 요즘 아이들 놀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거 알만 한 사람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떠들면 얼마나 떠든다고 아줌마들이 수군거릴 정도로 극성을 떠는가. 거기까지는 그래도 나이 먹은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려니 한다. 집 앞 골목 그늘에 앉아 소일하시는 나이 든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에게까지 성질을 부리는 건 이해불능의 경지다. 사람들 말로는 이 사람 이상한 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 사소한 일로도 동네 사람들과 시비 붙어 싸우는 거 다반사란다. 마치 그게 유일한 삶의 낙인 듯이 말이다.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뭐가 옳고 그른지도 모르고 망아지마냥 날뛰는 게 황당하기 짝이 없다. 전직이 세무공무원이었다나 뭐라나, 참(공무원이었다고 하니까 더 어이없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말과 행동이 심하게 굼뜨고 더듬는 게 딱 봐도 병자처럼 보이는데 왜 그 가족들은 방치하는 걸까. 병원에 데려가 상담이라도 좀 받던지 민폐도 저런 민폐가 없는데 너무 안일하다. 저러다가 울컥하는 심사로 사고라고 칠까 걱정인데, 주변 분들도 이구동성으로 상종하지 말라고 한다. 얽혀봤자 득 될 거 하나 없다고. 귀찮고 성가시고 불편할 뿐. 워낙에 괴팍한 걸로 유명하니 슬슬 피할 뿐 대놓고 맞서지를 않는 것이다. 별 흉흉한 일들이 다 일어나는 세상이니 뭔 일인들 없으랴. 결론은 그 아저씨의 와이프가 두 번인가 나와서 변명 내지 사과 비슷한 걸 했다. 가족으로서도 참 참고 견디기 힘들어 보인다. 그 와이프를 봐서라도 다들 참으라는 눈치를 보니 기분이 더 찜찜하다. 무시하고 참는 것도 쌍방이어야지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은 괴로운 거다. 사실 차도로부터도 한참은 먼 동네라 아이들이나 동네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니면 적막하기 짝이 없는 곳에서 시끄럽다 어쩐다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 정도의 소음이 거슬린다면 정말로 심각한 질병이다. 조용한 절로 요양을 가시거나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음, 그런데 울 할머니 이 싸움과 소동을 약간 즐기시는 듯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