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며칠 앞두고 엄마는 김치를 담가 보내셨다.
송편을 빚기에는 기운이 딸린다며
텃밭에서 거둔 푸성귀를 뽑아
몸에 밴 일머리로 반나절도 안 걸려 김치 세통을 뚝딱 만드셨다.
정도 없는 딸년들은 감사는커녕 웬 김치냐고, 미간을 좁히는데
속도 모르는 엄마는 애면글면 명절 걱정이다.
꼿꼿하고 반듯하던 등허리가 둥글게 말려가고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다리를 절룩이고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이 서글픈 노년이지만
머리가 허옇기로는 딸들도 매한가지
제 삶을 원망하고 미워하기 바빴다.
어쩌다 엄마가 건네는 안부에도
되돌리는 건 퉁명한 한 소리
우리 걱정은 우리가 할 테니 엄마나 잘하라는
차가운 대꾸였다.
엄마라고, 우리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었을까.
엄마가 됐고, 살았고, 늙고 병들었다.
엄마인들 설움이 없고 삶이 고단하지 않았을까.
엄마로, 여자로, 인간으로 지난한 세월이었다.
검은 머리 사이로 난 허연 새치를 바라보는
반백살의 중년이 되어
비로소, 엄마를 연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