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알렉산드라이트]를 구함. 책을 받아보고 팔딱팔딱 뛰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사실은 전작인 [사이퍼]를 먼저 구하고 싶었는데 좀처럼 나타나질 않아 낙담하고 있던 차다. 사람마다 취향차이가 있어서인지 난 [사이퍼]가 훨씬 더 재밌었다. 무엇보다 [알렉산드라이트]보다 길다. [알렉산드라이트]도 나름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사이퍼]만큼 가슴이 덜 아파서인지, 역시 너무 짧아서인지, 너무너무 아쉬운 거다. 책 상태는 대여점에서 본 것보다 깨끗하다. 더불어 언젠간 사야지 작심만 하던 [소년별곡]도 함께 샀는데, 책을 받고 입이 함지박만큼 커졌다. 마치 새 책 같아서.


내 책만 사는 게 미안해서 현이 녀석에게 뭐 사줄까, 물었다가 56권짜리 [명탐정 코난]을 찜하는 바람에 억 소리가 났다. 자식이 통은 커서. 하지만 녀석에게 뭘 사주는 건 아깝지가 않다. 어떤 책이든 최소한 열 번 이상은 보는 녀석이라. 학과 공부하는 틈틈이 만화책을 잡고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도 괜찮아 보이고. 중2인 녀석이 처음 읽은 만화는 [드래곤볼],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돌이켜보니 난 녀석의 집에 갈 때면 늘 가방 안에 만화책 몇 권씩을 준비해 갔다. 첫 번째 조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아, 쉽게 빨리 읽히는, 만화책 특유의 감성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대개의 아이들처럼 부모 몰래 숨어서, 혹은 감춰두고 보는 게 아니라 제 방 책꽂이 한가운데 떡하니 꽂아놓고 보게 하는 일종의 자유방임주의로, 뒤늦게 만화책을 접하고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것보다는 일찌감치 읽게 해서 면역성을 길러주자는 의도였다.

 

난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평범함이 아닐까 생각한다(요즘 아이들은 지나친 자신감 과잉에 상당히 오만하다). 남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 일찍 외로운 아이는 상처도 많다. 보통 아이들이 생각하고 꿈꾸는 세계에서 다르지 않게 사는 거. 비슷한 옷을 입고, 먹고, 생각하고, 노는 거. 공부에 대한 지나친 부모의 기대와 욕심을 드러내지 않는 거. 자신들이 못한 걸 자식에게 강요하지 않는 거.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 동생과의 대화들이다.


그랬던 녀석이 이젠 낯설 정도로 훌쩍 자랐다(목소리도 좍 깐다). 이미 내 키를 추월할 때 예감했지만 독립된 인격을 가진 사내아이로서 학교와 친구, 운동 등으로 저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아쉽다. 아이는 소년이 되었고, 머잖아 청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남자가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