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산 중턱에

또 다른 산 하나가 섰다.

사람들은 그 산을 쓰레기 섬이라고 불렀다.

 

오갈 데 없이 버림받은 존재와

찌꺼기들이 밀리고 흘러

다다른 골목은 출구가 없고

오물과 악취, 폐수가 모여 산다.

 

극에 달한 유전자의 이기가

잉태한 저주받은 그것은

백신도 없는 질병의 모태

치사율 100퍼센트의 바이러스

희망 없는 죽음, 종말이다.

 

스스로의 잘남에 취하고

겉멋에 파묻혀

쉬지 않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동물, 아니 곤충,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을 향한 신의 계시일까.

 

쓰레기가 모여

산을 이루는 시대

외로움이 쌓여지면 섬이 된다던

옛날이야기는

쓰레기 섬을 짊어지고 가는

인간에 대하여

연민하거나, 배려하거나

이해하거나, 용서하거나

 

그토록 독한 사랑 때문에

병든, 타락한 세상을 향하여

십자가를 진 한 인간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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