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아래 개 두 마리

 

화가이자 은둔자인 토니오는 3년에 걸쳐 지은 작은 오두막에 살고 있다. 해발 1000미터의 산록에 기대어선 무덤처럼, 혹 테이블의 끝에 웅크려 앉은 사람처럼 서 있는 집이다. 그 계곡에는 또 다른 남자 소몰이꾼 안토닌이 종종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글을 읽을 줄도 모르고, 말하는 법도 서툰 사람이었다.

 

전혀 접점이 없는 그들은 그저 멀리서 경계하거나 경외하며 바라보지만 대화라고는 나눠보지 못한 관계였다. 어느 날 토니오가 안토닌을 식사에 초대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저 아무생각 없이 날씨가 어떤가라고 묻듯, 가볍게 식사를 하자고 청하는 토니오에게 아마도 안토닌도 아무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그런데, 그 식사는 안토닌이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깨끗하고 정갈한 풍경이었다. 테이블에는 접시와 나이프와 포크가 있고, 잔과 포도주, 빵이 있었다. 토니오에게는 별거 아닌 일상이 안토닌에게는 생경하고 엄숙한 경험이었다. 창 밖에는 안토닌의 개 두 마리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토니오의 부드럽고 조용한 배려가 안토닌을 점점 평화롭게 했다. 식사가 끝난 후 안토닌은 머뭇거리다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내 놓았고, 토니오는 놀라서 손을 내저었다. 안토닌은 모자를 양손에 잡고 서 있다가 어느 순간 가만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토니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두 남자의 조용한 눈물과 포옹, 이를 지켜보는 두 마리의 개가 있는 풍경이 이 짧은 에세이의 전부다.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머릿속에 이미지가 새겨진다. 인적도 드문 깊은 산 속, 도시에서 온 화가와 일생을 그 계곡에서 살았을 소몰이꾼은 이후 어떤 생을 살았을지 상상할 수 있다. 오랜 우정을 지속했을 수도 있고, 사정이 생겨 곧바로 헤어져 다시는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그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공유한 그 짧은 오후의 식사는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멋지고 감동적인 순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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