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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 밤 내가 그와 함께 병원문을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함께 있었다면 우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을 텐데, 삶에 대하여, 우리가 선택한 삶에 대하여 내가 알게 된 것들을 그 친구에게 들려주면 그 역시 내게 현명하고 영리한 충고를 해줬을 텐데.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제프와 나는 몇 년 동안 죽음에 능동적으로 관여하고, 마치 천사와 씨름한 야고보처럼 죽음과 씨름하는 훈련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대면하려 했다. 우리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일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멍에를 졌다. 우리 환자의 삶과 정체성은 우리 손에 달렸을지 몰라도, 늘 승리하는 건 죽음이다. 설혹 당신이 완벽하더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처하는 비법은 상황이 불리하여 패배가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접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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