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답게 거리는 아기와 함께 있는 젊은 아빠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가와 아빠는 강아지를 만나면 미소를 숨기지 못한다. 병원 근처에는 아픈 아이를 휠체어에 태운 아빠가 있고, 링거를 매달고 아빠 손을 잡고 걷는 아이도 있다. 그들에게 귀여운 강아지 네 마리는 곡예단의 곡예사마냥 인기가 좋다. 아이가 웃으면 아빠는 행복해 했다. 그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선물인 셈이다. 미소를 짓게 만드는 존재로 태어났다면 그걸로 존재의 이유는 충분한 것 아닐까? 개에 대한 호불호에 울고 웃는 날들이다.

 

프리마켓이 열리는 공원 옆은 사람들로 붐볐다. 새로운 얼굴이 보여 가보니 직접 만든 모기 기피제와 수제 비누를 팔고 있었다. 그녀 앞에 서는 순간 그냥 돌아서지는 못할 것 같은 직감이 왔다. 열정적으로 제품과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빠져들었다. 결국 모기퇴치제와 비염에 좋은 스틱과 벌레 물린 곳에 바르는 스틱을 골랐다. 여름이 되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화학적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일반 마켓에서 사는 것 보다는 고가지만 한번은 써보고 평가해 볼 필요를 느꼈다.

 

비닐,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백해무익한 쓰레기 생산을 줄이자고 마음먹으면서 삶을 대하는 자세도 변해 갔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건 물건은 물론이고 사람도, 정리하거나 느리게 만남의 횟수를 줄여나가고, 단조로운 일상의 충만함을 기꺼이 즐기는 중이다. 상처받기 쉬웠던 예민함은 둔감하게, 마구 엉켜 시작점을 찾지 못하던 실타래 같은 생각들도 점차 일정한 형태로 정리 중이다.

 

해질녘, 댕댕이 네 마리가 뛰어노는 목가적 오후. 근처 빌라에 사는 달래와 달이가 놀러와 삼십분 정도 놀다가 돌아갔다. 동물과 함께하는 여자사람은 할 말이 넘친다. 산책 코스와 최근 바뀐 동물관련 법 등 나눌 정보도 많다. 안 본 사이 달래는 허리디스크가 재발해서 치료받았고, 달이는 미용 후에 등에 딱지가 앉아 고생 중이다. 예쁘고 착한 주인만큼 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귀염둥이들이다.

 

긴 하루를 쉬게 하는 백그라운드 음악은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물결치듯 흐르는 음악과 함께 휙휙 지나가며 정리되는 느낌이다. 드뷔시만큼 오월에 어울리는 음악이 또 있을까. 붉고 탐스런 넝쿨장미가 만개하고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이 시작하는 이 오월의 첫날에 딱 어울린다. 오월은 드뷔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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