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요가교실에 제일 먼저 도착하면 창가의 롤스크린을 말아 올리고, 잿빛의 하늘을 올려다 본다.  

숭고한 의식처럼 창문을 열어 밤새 갇혀 있어 탁해진 공기도 환기시킨다. 

정적이 흐르는 빈 교실을 가로질러 전등의 스위치를 켜고 공기정화기를 작동한다. 

날씨가 살짝 쌀쌀하니 난방도 하나만 켠다. 몇몇 회원분들은 차가운 공기를 질색하셔서 미리 온도를 높여야 한다. 

 

 겨자색 요가매트를 펴고 겉옷과 양말을 벗어 가방에 넣는다. 요가복은  검은색 레깅스와 소매없는 티셔츠면 충분하다. 몸에 맞는 레깅스의 장점은 군살을 잡아주기도 하지만 흐트러지는 마음을 긴장시키는 역할도 한다. 

준비해간 따뜻한 우엉비트차로 목을 축이고 앞머리와 옆머리를 모아 하나로 묶어 올리면 운동준비 끝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전신 거울을 보며 홀로 스트레칭하는 이 순간이 좋다. 몸에 쌓인 노폐물과 마음에 쌓인 잡념들을 훌훌 털어내고 씻어낼 시간이다. 

목과 상체를 돌리고 펴는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다른 회원이 도착한다. 반가움 가득 담은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조용했던 교실 안에, 드디어 낯선 소리들이 떠다닌다.   

하나 둘씩 회원들이 도착하면서 크고 활기찬 아침 인사가 오간다. 날씨와 밤사이 사건 사고에 대한 이야기, 쉬고 싶은 게으름을 극복하는 저마다의 방법을 토로하면서 교실 안은 순식간에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러워진다. 세상사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다채롭다.

 

 오자마자 눕는 사람,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명상하는 사람,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오직 수다에만 집중하는 사람 등등 나이도 성격도 다르지만 닮은 게 하나 있다. 운동에 대한 열정, 그리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 간의 유대감은 의외로 크다. 처음 만나던 순간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친밀감의 밀도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운동 시작 10분 전 선생님이 도착하시고, 교실 안의 소음은 시나브로 잦아들며 명상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회원들은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는다. 다리를 모아 편하게 앉으며  두 손은 무릎 위에 가볍게 올린다. 턱은 쇄골 쪽으로 당기고 등은 기립근을 세워 꼿꼿하게 만든다. 그리고 호흡이 시작된다. 복식호흡, 혹은 흉식호흡 자신에게 맞는 편한 호흡을 하며 눈을 감으면 각자의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교실 안은 음악과 숨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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